김흥수 시스콘 대표 인터뷰

[테크월드=이혜진 기자] 사람 대신 로봇으로 생산 과정을 대체하고 있는 공장이 늘고 있다. 로봇 도입은 기업의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한편 임금 삭감에 대한 우려를 낳는다. 노동 시간을 줄여 근로자의 역할을 약화시키기 때문이다.

김흥수 시스콘 대표.

최근 인터뷰에서 김흥수 시스콘 대표는 “현대모비스의 인천 공장에 11월까지 자율주행 물류로봇(AMR·Autonomous Mobile Robots) ‘SR9’ 36대를 도입했다”며 “해외 기업과의 경쟁에서 이긴 이유는 (다른 기업들처럼) 외국 제품을 들여와서 응용해 파는 것이 아니라 ‘현장 맞춤형’으로 직접 설계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가 시연한 AMR은 일반 산업용 로봇과 달리 스스로 위치를 알아내 사람인 듯 자유롭게 돌아다녔다. 다른 로봇들이 바닥의 마그네틱 라인을 따라 정해진 길로만 움직이는 것과는 달랐다. 

이에 대해 그는 “요즘엔 마그네틱 라인을 따라다니는 형태에서 AMR로 바뀌는 추세”라며 “유지 보수가 어렵고 이동이 자유롭지 못해 이젠 사업 현장에서 더 이상 (마그네틱) 라인을 깔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시스콘이 국내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한 AMR은 ‘로봇판 리눅스’에 해당하는 ‘로스(ROS·로봇 운영 체제)’와 스마트 팩토리의 미래를 보여줬다. 로스에 기반한 로봇은 정말 인간의 노동을 위협할 수준까지 왔을까. 다음은 김 대표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 시스콘은 어떤 회사인가.

3년 전부터 로스를 기반으로 알고리즘과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는 회사다. 

- 로스가 뭔가.

로봇을 개발할 때 필요한 프로그램이다. 개발된 지 10년이 넘었다. 로봇 개발자들이 겪은 우여곡절을 표준화해서 관련 소스를 무료로 공개했다. 사실 오픈 소스만 갖고 우리가 로봇을 만들기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로봇 개발에) 필요한 알고리즘을 개발해 프로그램이 돌아갈 수 있게끔 했다. 

- 로스라는 오픈 소스가 처음 생긴 나라는 어딘가.

미국 스탠퍼드 연구실에서 만들었다. 처음에 개발한 사람(인공지능 분야에서 4대 구루로 꼽히는 앤드류 응 스탠퍼드대 교수)이 현재 로봇을 만드는 회사(랜딩에이아이)를 운영하는 것으로 안다. 대표적인 기업은 캐나다에 있는 클리어패스 로보스틱스(Clearpath Robotics)다. 이런 곳들이 로스 개발에 참여한 것으로 안다. 그런데 로봇을 개발할 때 필요한 프로그램이 꼭 로스여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나라마다 자기네가 만든 표준 플랫폼이 있다. 그 중 각광받는 것이 로스다. 

- 그런데 코스닥에 상장된 로봇 기업 엔지니어들에게 물어봤더니 로스의 사전적인 정의에 대해서 모르는 경우가 많다. 로봇 소프트웨어 플랫폼 시장에 뛰어든 여러 기업들 중에서 특정 기업(구글)의 자회사(윌로 개라지·Willow Garage)가 제공하는 체제다 보니 너무 세부적인 분야라서 그런지. 

(국내 로봇 시장에) 로스가 인지된 지 2~3년밖에 안 됐다. 그 전엔 (국내에) 시장 자체가 없었다.그 땐 로스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낮았던 것 같다. 최근엔 (로봇 관련) 기업들의 채용 공고에 ‘로스 개발 경험자’라고 써 있는 경우가 많다. 

로봇 딜리버리 서비스용 AMR ‘IM1’

- 경험자가 거의 없을 텐데.

그래서 기업들이 경력자를 뽑기 매우 어려울 것이다. 설령 로스를 굉장히 잘한다고 해도 바로 로스 프로그램을 하기엔 진입 장벽이 굉장히 높다. 

- 진입 장벽이 높은데 왜 로스를 기반으로 하는 로봇 개발에 도전했나.

잘 모르니까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처음엔 스터디도 하고 ‘땡큐로봇(Thankyou Robot)’같은 기업에 가서 어떤 사람을 뽑는지 봤다. 그런데 막상 우리나라에선 찾을 수 없었다. 그렇다 보니 그냥 학교(한양대)에 가서 학생들을 만났다. 학생들이 관련 수업이 없는데도 동호회를 만들어 스터디를 하고 있더라. 반가운 마음에 그 친구들과 (로스 기반 로봇을) 같이 만들어보자고 의기투합했다. 그러면서 (한양대) 로봇공학과 교수가 회사의 이사가 됐다. 실제로 (로스) 교육을 하는 분이다. 그리고 최근에 학과에서 로스 교육 과정이 생겼는데 수강생들이 우리 회사의 인턴으로 들어와서 일하고 있다.

- 진입 장벽에 대해 설명해달라.

제가 로스 개발자는 아니지만 단순히 소프트웨어만 잘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로스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도가 높아야 한다. 또 로봇을 만드는 데 필요한 알고리즘과 이론도 잘 알아야 한다. 그래서 우리 회사는 (국내 연구가 거의 없다 보니) 해외 논문을 엄청 찾아봤다. 그리고 논문들을 분석하고 연구해서 단순히 RPG(프로그래밍 언어의 일종)로 하지 않고 로스에 기반해 우리 것으로 만들었다. 

특히 로봇이 자율 주행 방식으로 다니려고 하면 고정된 위치에서 고정된 작업만 하던 기존 로봇과는 다르게 로봇이 겪는 여러 가지 환경적인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 수많은 환경, 다양한 변수를 동시에 대응할 수 있게끔 하는게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다.
 
- 변수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로봇이 (자율)주행할 때 갑자기 앞에 사람이 나타날 수 있다. 사람이 새로운 곳에 처음 들어갔을 때 한 번 쓱 둘러보는 것처럼, 로봇도 자기가 일해야 할 공간을 쭉 스캔한다. 그 때 (위치 관련) 기본 데이터를 바탕으로 (로봇이 움직일) 지도를 만든다. 그런데 어느 날은 데이터가 있고 어느 날은 없을 때가 있다. 그러면 로봇은 자기가 갖고 있는 기존 데이터와 실제 환경이 달라지는 변수를 맞이하게 된다. 반대로 사람도 (자율 주행)로봇이 다가올 때 매번 같은 방향과 속도로 오지 않으니까 어느 방향에서 어떤 속도로 올지 모르지 않나. 그래서 로봇을 안정적으로 운행하게 하는 것이 엄청난 노하우다. 

IM2

- 한국의 로봇 기업들이 로스를 거의 도입하지 않은 이유가 이런 진입 장벽과 변수 때문일까.

아까 말했듯이 로스만 갖고 프로그래밍하기엔 한계가 있어 기존에 로스를 개발했던 많은 업체들이 중도에 포기하는 일이 생겼다. (지금 시도하려는 업체들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래서 본인들이 그냥 소프트웨어를 자급해서 개발하는 것으로 안다. 우리 회사는 작년 10월에 LS산전의 청주 공장에 AMR(SR 제품군) 13대를 납품했는데 1년 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성능에 대한) 보강을 많이 했다. 

- LS산전에 납품한 로봇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

100개가 넘는 컨베이어벨트들이 서로 부품 박스를 인솔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 로봇을 납품하는 또 다른 기업은 어딘가.

어느 정도까지 말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현대모비스의 인천 공장에 이달까지 AMR인 ‘SR9(1톤 이상의 화물을 실을 수 있는 로봇)’ 36대를 도입했다. 그 중 절반은 이번달에 들어갔다. 이 모델이 원래 이렇게 크지 않고 이거(SR7)보다 살짝 큰데 현장 맞춤용으로 크게 만들었다. 크기가 커지면 제어나 위치에 있어서 (설계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아진다. 

- 아까 해외 기업들과의 입찰 경쟁에서 이긴 건가.

그렇다. 해외 기업과의 경쟁에서 이긴 이유는 (다른 기업들처럼) 외국 제품을 들여와서 응용해 파는 것이 아니라 ‘현장 맞춤형’으로 직접 설계했기 때문이다. 현장의 요구에 따라 크기를 바꾸거나 특별한 기능을 더하는 식으로 납품하고 있다. 

SR3

- 그래도 기본 모델은 있을 텐데.

맞다. 주력 제품은 SR3, SR5, SR7 이렇게 세 가지다. 300kg까지 실을 수 있는 것은 SR3, 500kg까지 가능하면 SR5, 1톤까지 실을 수 있는 모델은 SR7이다. 

- 소형 화물을 옮길 수 있는 제품을 7월 중 출시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안다.  

100kg 이하의 화물을 옮길 수 있는 SR1은 내년 상반기에 출시할 계획이다. SR1을 약간 응용하면 서비스 산업에도 쓸 수 있다. 이렇게 활용될 경우에는 (로봇 딜리버리 서비스용) IM(Instead of me) 모델로 나온다. 나 대신 뭔가 해주는 로봇이라는 뜻이다. 반대로 5.5톤이 넘는 대형 화물을 옮길 수 있는 AMR도 개발하고 있다. 

- 로봇 딜리버리 서비스의 전망이 밝기 때문에 출시하는 것인가.

그렇다. 로봇공학을 공부한 분들이 서비스(로봇)나 ‘라스트 마일 딜리버리’라고 해서 나중에 택배를 대체할 수 있는 그런 분야로 굉장히 많이 진출하고 있는 것 같다. (라스트 마일 딜리버리를 제외하면) 물류 분야에서 산업용 로봇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는 우리 회사 말고 특별히 보이지 않고 있다. 몇 개 회사가 하고 있긴 한데 시제품 단계에 있는 것으로 안다. 우린 로스 기반의 ‘슬램(SLAM·위치 추정과 지도 작성을 동시에 구현하는 기술)’ 알고리즘을 적용한 AMR을 60대 정도 현장에 납품했다. CGV 여의도점에도 안내 로봇(체크봇) 2대가 들어가 있다.  

- 3년 전에 로스의 버전이 2.0으로 업그레이드됐다. 다시 말하면 이전 버전의 단점이 있었다는 뜻일 텐데.

일단 여러 개의 로봇이 한 곳에서 움직일 때 제약이 있었다. 그래서 여러 가지 통신 문제가 생겼다. 또 AMR이 어떤 좌표를 받고 다녀야 하는데 좌표가 사라지기도 했다. 사실 예전에 처음 전시회에 참가한 첫 날 오전부터 아예 (AMR을) 운행하지 못했다. 연구소에서 테스트할 땐 아무 문제  없었는데 통신이 자꾸 끊어져 좌표를 잃어버렸다. 

SR7

- 어떻게 조치했나.

연구원들과 전시장에 고립된 상태에서 밤을 새며 보완했다. 최적의 통신을 찾아내는데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렸다. 
   
- 앞에 보이는 SR 시리즈 제품들에 대해 더 자세히 설명해시면 이해하는데 더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라이더 센서와 3D 뎁스 카메라 그리고 초음파를 기반으로 (자율) 주행한다. 까만 색으로 보이는 것 2개가 센서다. 센서 한 개가 전방 270도를 볼 수 있다. 두 개가 양 끝에서 360도를 커버하고 카메라가 바닥면을 스캔해서 별도의 마그네틱 장치 없이 다가오는 장애물이나 주변을 전부 확인한다. 최대 1.7m까지 짐을 싣고 다니려면 사각 지대가 없어야 하니까 다 감시할 수 있어야 한다. 

- 산업 현장에선 처음 전시회에서 벌어진 것과 같은 상황이 발생한 적이 있나.

현장에서도 생각지도 못한 문제는 생길 수 있다. 예를 들면 AMR이 빛을 쏴서 반사돼 오는 데이터 값으로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는데, 난반사가 발생하는 식이다. 그 외에도 주변에 뭐가 있을지 모르니까 많은 변수에 부딪힐 것이다. 

- AMR을 홍보하기 위해 여러 전시회에 참가했을 것 같다.

작년 3월에 (국내에서 열린) ‘오토메이션 월드’라는 전시회에 우리나라 기업 중 처음으로 AMR을 자율 시연했다. 그 전까진 자율 주행으로 (로봇이)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을 시연하는 회사밖에 없었다. 그런데 올해 초엔 미국과 멕시코에서 열렸던 전시회를 통해 해외 진출을 하려고 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어려워졌다. 코로나가 진정되면 해외 진출이 가능할 것 같다.  

- 로봇 관련 매출은 언제부터 발생했나. 
작년 말부터다. 그 전까진 3년간 투자만 했다. 

- 마지막으로 대표님에 대한 질문이다. 로봇과 관련된 회사를 다닌 적이 있나.

그렇진 않다. 예전에 지멘스에 다니다가 우연한 기회에 두발(로 걷는) 로봇에 대해 알게 됐다. 당시 관련 현장에 엄청 많이 다녔는데 그 때 그걸 보고 앞으로 시장 전망이 밝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도 다른 나라처럼 로봇과 관련된 첨단 기술이 도입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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