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완화 아닌 국민 안전 보장이 우선돼야

[테크월드=김경한 기자] 지난 5월 20일 열린 제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는 ‘전동킥보드 안전 강화(이하 킥보드법)’ 관련 내용을 담은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통과됐으며, 12월 10일부터 시행된다. 전동킥보드의 안전을 강화한다고는 하지만, ‘전동킥보드 이용자가 증가하는 사회적 변화를 고려하여’라는 문구에서 알 수 있듯 오히려 전동킥보드에 대한 각종 규제를 풀었다. 최근 전동킥보드를 타고 출근하던 50대 남성이 포크레인에 치여 숨지고, 전동킥보드를 타던 고등학생이 택시와 충돌해 사망하는 등 크고 작은 사고가 잇따르고 있어, 규제 완화라 국민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면허 없는 중학생이 운전 가능?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발표한 지난 7월 26일 전동킥보드 교통사고 분석결과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삼성화재에 접수된 전동킥보드와 차량 간 교통사고는 총 488건이며, 2018년 사고가 2016년 대비 약 5배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가 난 전동킥보드 운전자의 87.4%가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사고 시 부상방지에도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종합분석에서도 전동킥보드 관련 교통사고가 2017년 117건에서 2018년 225건으로 약 2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분석됐다. 

그런데도 국회에서 통과된 법안은 오히려 규제를 풀었다.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우선 “현재차도 운행만 허용되어 항상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전동킥보드를 자전거도로로 통행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최대 속도 25kmh, 차체중량 30kg 미만으로 제한 ▲통행방법은 자전거와 동일 또는 유사 ▲운전면허 취득 의무 면제 ▲13세 미만 어린이 운전 금지 ▲안전모 등 인명보호 장구 의무 착용 ▲동승자 탑승 금지 등을 담고 있다. 

언뜻 보기엔 전동킥보드 이용 규정을 강화한 것 같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우선 자전거도로를 통행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람이 페달을 밟아야만 속도가 붙는 자전거와는 달리 전동킥보드는 핸들 조작만으로도 속도를 높일 수 있어 속도 개념이 다른 자전거와의 충돌 가능성이 높다. 또한 자전거도로에는 시속 20km의 속도제한 표지판이 붙은 곳이 많은 반면, 킥보드 법안에서는 시속 25km까지 허용하고 있어 안전사고 우려가 크다. 

더군다나 운전면허 취득 의무를 면제했을 뿐만 아니라 13세 미만 어린이까지만 운전 금지를 명시해, 중학생 이상이 되면 누구나 탈 수 있게 된다. 도로교통법도 모르는 중학생이 전동 모터가 달린 운행수단을 몰고 달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소년법’에서는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범죄소년은 보호처분을 받기 때문에, 중학생이 시속 25km 속도로 스피드를 즐기다가 사고를 내도 처벌받지 않을 수 있다. 

안전 확보된 기술 발전 절실

킥보드법 시행에 따른 사고의 우려가 커지자, 가장 먼저 움직인 곳은 보험사다. DB 손해보험은 지난 11월 10일 오토바이 운전자 보험에 전동킥보드로 인한 교통사고 시 보험금을 보장하는 보험을 출시했다. 현대해상도 11월 16일 전동킥보드 운전 중 상해위험을 보장하는 보험을 신설했다. 

하지만 보험이 근본 대책은 될 수 없다. 이에 킥보드법을 통과시켰던 국회에서 법안을 제한하는 데 발벗고 나서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 

천준호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1월 17일 전동킥보드 규제 완화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한다는 취지로 ‘전동킥보드 규제강화법’을 대표 발의했다. 내용을 살펴보면, ▲전동킥보드의 운행 조건으로 개인형 이동장치면허 또는 원동기장치자전거면허 취득 의무화 ▲16세 이하는 면허를 취득할 수 없도록 제한 ▲킥보드 최고속도 20km로 하향 ▲안전장비 미착용 시 범칙금 부과 ▲음주운전 처벌 강화 등이 담겨 있다. 

천준호 의원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도로 위의 무법자로 불리는 전동킥보드를 면허나 사전 교육 없이 전면 허용할 경우, 그 위험성은 불 보듯 뻔하다”고 밝혔다. 이어 “국내 자전거도로의 80%가 보행자 겸용이기 때문에, 앞으로 보행자와 전동킥보드 간 교통사고 위험이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전동킥보드라는 새로운 이동수단이 국민의 삶의 질을 풍요롭게 하고 새로운 수입 창출원이 되리라는 기대감 이전에, 국민의 안전을 먼저 확보한 후 적극 활용돼도 늦지 않으리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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