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재철 아이온커뮤니케이션즈 대표 인터뷰

[테크월드=이혜진 기자] 무분별한 문어발 확장은 많은 대기업의 성장 배경이다. 여기엔 막강한 자금과 판매력이 바탕이 돼야 한다.

최근 여러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중소기업 아이온커뮤니케이션즈의 강남 사옥을 찾았다. 이곳은 스포츠 영상에 기반한 데이터, 연락처 공유, 전자 계약 등 다양한 서비스를 판매한다. 최근 무인 비행체에 대한 특허와 메탄올 연료전지(DMFC) 시스템 관련 특허 2건을 취득하기도 했다.

오재철 아이온커뮤니케이션즈 대표는 이같이 여러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문어발 확장’이 아닌 ‘사업 다각화’라고 강조했다.  

오 대표는 “회사의 사업 영역은 콘텐츠 관리, 디지털 컨퍼런스 트랜스포메이션(전환), 에너지, 스포츠 등 크게 4가지”라며 “어떤 기업인지 정체성을 분명히 하라는 이야기를 듣는데, 이 말은 철을 다루는 기술을 가진 대장장이에게 ‘너는 칼만 만들라’고 하는 얘기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회사는 소프트웨어 기술을 가진 회사”라며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사업을 하는 것이 회사의 본질”이라고 전했다. 

다음은 오 대표와의 일문일답이다.

오재철 아이온커뮤니케이션즈 대표가 인터뷰 후 자세를 취하고 있다.

- 홈페이지에 회사 제품인 ICE(I-ON Contents Ecosystem, 이하 아이스)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디지털 경험 플랫폼(DXP, Digital Experience Platform)이라고 써 있는데, 쉽게 설명해달라.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생산성을 높여주는 제품이다. 개발 과정 가운데 복잡한 코드를 짜면 탁 풀어내는 코딩이라는 것이 있는데, 아이스는 그 코딩의 양을 줄여준다. 

- 제품의 과거 이름이 ‘아이카페’였다. 이름을 바꾼 것을 보니 매출이 잘 안 나왔나.

출시하는 시기가 너무 일렀다. 제품 완성도도 좀 떨어졌다. 그래도 후속작인 아이스는 올해 회사 매출의 50% 정도를 차지한다. 

- 일반회계기준(GAAP)으로 지난해 말 매출이 100억원 가까이 된다. 그럼 아이스의 매출은 50억원가량 되겠다.

아마 60억원은 될 것이다. 

“언론사 일 줄어…에너지∙스포츠, 소프트웨어 1개로 수출 가능”

- 홈페이지에서 아이스를 주요 방송사에 구축했다는 설명을 봤다. 

사실 올해는 언론사들과 일을 많이 못하고 있다. 언론사들의 경영 사정이 안 좋아 ‘너희는 좀 나중에 (돈을) 줄게’ 이런 식이다 보니 그렇게 됐다. 

- 과거에도 창업한적이 있나.

아이온커뮤니케이션즈는 창업하다 망하길 반복해서 1999년에 3번째로 만들었다. 

- 사업 부문이 여러 개인 이유는 뭔가. 

콘텐츠 관리 플랫폼을 해외에 수출하려고 보니 너무 힘들더라. 용어도 다르고 국가별 문화도 달라서 나라별로 제품을 고치다 보면 한도 끝도 없었다. 소프트웨어 사업의 가장 큰 장점은 복사해서 팔 수 있다는 것인데 그걸 못하지 않나. 일본 이후로는 성공할 수 있는 구조가 안 나와서 기업형 소프트웨어로는 어렵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어디로 도망갈까 생각하다 간 분야가 에너지다. 우리나라의 한국전력이나 일본의 동경전력 이런 회사들이 모두 같은 기계와 같은 방식으로 돌아간다. 그래서 에너지형 소프트웨어를 만들어서 일본에도 팔고 인도네시아에도 팔았다. 스포츠 분야에 진출한 이유도 비슷하다. 올림픽에선 외래어를 안 쓰는 북한도 ‘파울’이라는 용어를 써야 한다. 그래서 소프트웨어 하나만 만들어도 세계 어디든 수출할 수 있다. 

- 또 다른 사업을 추진할 생각도 있나.

모르겠다. 우리 회사더러 콘텐츠 관리 기업인지 어떤 기업인지 정체성을 분명히 하라는 이야기를 듣는데, 이 말은 철을 다루는 기술을 가진 대장장이에게 ‘너는 칼만 만들라’고 하는 얘기나 다름없다. 우리 회사는 소프트웨어 기술을 가진 회사다.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사업을 하는 것이 회사의 본질이다. 

“채용된 사람 직급 관여 안 해…연차, 당일 아침 신청할 수 있어”

- 예전에 청년친화 강소기업에 선정된 적이 있다. 제가 알기로는 선정 기준이 정규직 근로자 비율인데, 그렇다면 그 비율이 높아서 선정됐나.

저는 청년친화강소기업 제도가 무엇인지도 모른다.

- 그럼 인사와 관련해선 아예 그냥 다른 사람에게 업무를 맡기나. 

그렇다. 인사 관리와 채용은 다른 사람이 담당한다. 채용된 사람의 직급에도 관여하지 않는다.

- 기업 문화는 어떤가.

우리 회사는 개인의 자유를 되게 중요하게 생각한다. 예를 들면 연차, 월차 쓸 때 결재 라인이 없다. 신청하면 무조건 쓸 수 있다.

- 만약 어떤 직원이 다음날 연차 신청을 전날 오후 6시 직전에 한다고 치자. 그래도 상관없나.

그렇다. 심지어 그날 아침에 신청해도 된다.

아이온커뮤니케이션즈의 디지털 자산관리 시스템 '에이큐브(A.CUBE)'에 대한 설명. 사진=아이온커뮤니케이션즈

“신입들 굉장히 왔다 갔다 해…점심 2000원에 제공”

- 업무 공백은 어떻게 채우나.

그것까진 모르겠다. 결국 개인의 자유와 책임이긴 하다. 이렇게만 보면 기업 문화가 되게 좋을 것 같지 않나? 그런데 거꾸로 생각해보면 자율과 책임이 강한만큼 개인주의가 강해 조직에서 누굴 가르쳐주고 이끌어주진 않는다. 몇몇 사원들이 마치 학교에 다니는 학생처럼 몇 시까지 출근해서 언제 퇴근하고, 오늘 내일 무슨 일을 해야 할지에 대해 계획대로 하길 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기업 문화가 그렇지 않아 힘들어한다. 그래서 신입들이 굉장히 왔다 갔다 한다. 개인적으로는 자율과 책임이라는 측면에서 좋은 기업 문화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보기엔 체계도 없고 조직도 없는 회사로 볼 수도 있다. 

- 개인주의적인 만큼 기업 문화가 수평적인가.

꼭 그렇진 않다. 부서장들의 권한이 일반 기업의 사장만큼 강한데 개인의 성향에 따라 수평적인 곳도 있고, 군대 같은 곳도 있다.

- 회사에 여러 복지 제도가 있는 것으로 안다. 요즘 달라진 게 있나.

복지 카드 제도 빼고 다 유지하고 있다. 복지 카드는 국세청에서 불법이라고 해서 없어졌다. 정부에선 복지 카드를 직원 복지가 아니라 급여라고 보더라. 

- 언제부터 바뀌었나.

4~5년쯤 됐다. 복지 카드 때문에 세무조사까지 받아서 골치 아팠다. 요즘엔 대신 점심 식사를 2000원에 제공해준다. 2000원을 받는 이유는 공짜 점심을 주려면 세금을 내야한다고 해서다. 국세청 입장에선 식대라는 명목으로 비과세 급여를 주면서 왜 점심을 제공하냐는 것이다. 1000원만 받아도 문제가 된다. 음식의 원가 이하로 제공하니까 공짜나 다름없다는 논리다. 참 치사하지 않나.

- 저 같으면 결재라인도 없고 2000원만 내면 밥을 먹을 수 있으니 그걸 생각해서라도 퇴사하지 않을 것 같은데, 체계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퇴사하는 신입사원이 많다는 것이 이해가 좀 안 간다.

그래서 요즘 신입 사원을 잘 안 뽑는다. 대학을 갓 졸업한 신입은 입사 전엔 목숨이라도 내놓을 듯하지만 입사 후엔 태도가 바뀐다. 그런데 회사가 법적으로 내쫓을 방법이 없다. 또 2~3년 키워 놓으면 다른 회사가 연봉을 더 많이 주니 그쪽으로 간다. 회사 입장에선 지금까지 투자한 비용이 있어서 그걸 감안해 연봉을 많이 안 올려주니까. 

전자 계약 서비스 '이폼(e.Form)'의 API와 기업용 소프트웨어가 결합한 새로운 생태계 구성도

“복지 제도 3년 근무 후 쓸 수 있게 바꿔…소프트웨어로 세상 바꾸고 싶어”

- 그런 데서 서로 불만이 쌓였겠다.

그렇다. 최근엔 회사의 복지 제도를 3년 간 근무하면 그때부터 누릴 수 있게 해주자는 식으로 바꾸고 있다. 서로 신뢰 관계가 전혀 없다 보니 신입을 안 뽑을 수밖에 없다. 요즘은 대기업도 3년 안에 퇴사하는 비율이 60% 가까이 된다고 하더라. 

- 인건비를 어떤 식으로 절감하고 있나.

사람을 뽑기 싫으니까 외부에 용역을 많이 맡긴다. 국내에 10개 이상의 기업이 저희 파트너사다.

- 진부한 질문이지만 앞으로 목표는.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믿는다. 우리나라에도 세상을 바꾸는 소프트웨어 기업이 하나 정도는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 그 말은 곧 아직 세상을 바꾼 소프트웨어 기업이 없다는 소리다.

그렇다. 그런데 우리 회사가 그런 회사가 되면 좋겠다. 목표를 더 말하자면 9개월 일하고 3개월 쉬는 회사로 만들고 싶다.

스포츠 행사용 통합 출입 관리 시스템을 어플에서 실행한 화면.

“휴가 잘 쓰면 500만원까지 지원…회사 쪼개는 중”

- 요새는 어떻게 하나.

기본 연차에 15일을 더 쉬게 해주고 있다. 복지와 관련해서 직원들에게 믿음을 주는 것이 어떻게 보면 중요하다. 그런데 그 믿음을 주는데 대부분의 기업들이 실패한다. 한두번으로 끝내선 안 되고 적어도 5년은 꾸준하게 복지 혜택을 줘야 한다. 참고로 회사에 맹인 안마사와 안마 기계 몇 개가 있는데 직원들이 아무 때나 와서 안마를 받을 수 있다. 라면, 과자, 음료수도 아무 때나 먹을 수 있다. 휴가 제도를 이용하지 못한 사람은 돈으로 보상해주고 잘 다녀온 사람은 최고 500만원까지 지원금을 주기도 한다. 

- 업무 성과와 관련해서인가. 

아니다. 예를 들면 취미가 자전거 타기인데 프랑스에서 자전거를 잘 타고 와서 500만원을 줬다. 작년에 한 친구는 15일 동안 식스팩을 만든 뒤 화보를 찍어서 300만원을 줬다. 회사 옥상에 친구들을 불러 술 마셔도 된다. 또 다른 목표는 회사를 쪼개서 별도의 법인으로 만들어 사람들이 더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주고 싶다.

- 아까 말씀하시기로는 부서장이 한 회사의 사장이나 다름없다고 하셨다.

그건 제 생각이고 본인들의 생각은 다를 수도 있다. 물론 본인이 원하고 안 원하고의 문제가 있겠지만.

- 그렇다면 회사를 쪼개기 위해 구체적으로 실행하고 있는 것이 있나.

그렇다. 지금도 진행하고 있다. 머지않아 결과가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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