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월드=배유미 기자] 1440년대, 유럽에서 구텐베르그가 처음으로 활판 인쇄술을 발명했다. 기존에는 모든 내용을 수기로 작성해야 했기 때문에 책이 매우 비싸고 귀한 물건이었으나, 인쇄술의 등장으로 값싼 책이 발행됐다. 서민들도 종교, 언어, 과학, 수학 등을 공부할 수 있었고, 생각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힘을 기를 수 있었다. 이처럼 인쇄술은 인류의 삶에 많은 변화를 가져온 기술이다.

인쇄술의 편리함은 3차원에서도 느낄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3D 프린팅 기술을 통해 부품·제품 등 제조업에 많은 편리함을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3D 프린팅은 디지털 모델을 기반으로 특정 물질을 겹겹이 레이어로 쌓아 3차원 물체를 만들어 내는 제조기술이다. 아직 3D 프린팅 시장이 활성화됐다고 이야기하기는 어렵지만, 여전히 촉망받는 기술 중 하나이며, 특히 건축이나 의료 등에 사용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에 한 단계 더 진화한 4D 프린팅 이야기도 등장하고 있다. 2013년 전후로 등장한 4D 프린팅 기술에 대해 알아본다.

 

4D 프린팅이란

4D 프린팅이란 3D로 프린팅한 물체가 환경과 시간에 맞춰 변형해 적절하게 사용되는 기술을 말한다. 3D 프린팅에서 하나의 차원(Dimension)이 추가된, ‘프로그래밍 기반 자가 변형·조립 가능 제조 시스템’이라고 보면 되겠다. 사람의 힘을 가하지 않아도 열이나 공기 등과 같은 외부 요인을 활용해 물체의 형태가 달라지도록 만드는데, 이런 점은 형상기억합금과 비슷하다. 

4D 프린팅이라는 용어는 2013년 미국 MIT대의 교수인 ‘스카일러 티비츠(Skylar Tibbits)’ 박사가 처음 사용했다. 티비츠 박사는 “3D 프린팅의 결과물이 시간에 따라 변화할 수 있는 또 한 차원(dimension)의 특성을 더했다는 의미에서 3D+1D, 즉 4D가 프린팅의 새로운 개념으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생각에 4D라고 명명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4D 프린팅은 3D 프린팅이 가진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신기술”이라고 평가하며, “기존의 3D 프린팅 시스템에 자가변환 기능을 결합한 기술인 만큼, 그동안 3D 프린팅 기술로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들을 4D 프린팅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4D 프린팅의 기본원리

2D 프린터에는 잉크가 사용된다. 3D 프린터에는 쌓아올릴 수 있는 재료가 사용된다. 4D 프린터에는 온도나 습도 등에 따라 구조가 변하는 ‘스마트 소재’가 사용된다. 스마트 소재에는 형상기억합금이나 형상기억폴리머섬유 등 첨단 소재도 포함되지만, 나무나 종이처럼 크기나 모형이 변형되는 재료도 사용될 수 있다.

4D 프린터의 원리는 소재의 물성을 파악한 프린터가 입력된 데이터대로 밑그림(초기 모형)을 출력한다. 이후 특정 환경이 주어지면 환경에 맞게, 또는 처음에 계획한 대로 형상이 적절하게 변형된다. 더 나아가 자가변환과 자가조립 프로세스가 적용된 구조물의 경우,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구조를 이룰 수 있다.

해당 기술은 인간이 작업하기 어렵거나 위험한 환경에서 주로 사용될 전망이다. 특히,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 4D 프린팅으로 출력한 구조물을 이용해 작업·설치가 진행된다면, 3D 프린팅 기술로 할 수 없었던 영역까지 처리할 수 있게 된다.

 

현재는 재료, 하지만 최종은 ‘SW’

4D 프린팅 시장에는 크게 ▲최종 소비자 ▲프린터 제조업체 ▲설계 소프트웨어 공급업체 ▲재료 공급업체로 구성돼 있다. 최종 소비자는 4D 프린트를 이용하는 대상으로, 개인 고객부터 기업까지 다양하다. 업종도 의류, 생활용품 등 일상적인 것부터 자동차, 항공기, 방산 등 최첨단 기기부터 다양하다. 아직 주변에 상용화돼 있지는 않지만, 4D 프린팅은 제조업 어떤 분야든 적용될 수 있다.

4D 프린터 제조업체는 앞서 언급한 최종 소비자에게 기기를 제조하고 판매해서 제공한다. 아직 4D 프린터에 사용될 재료를 개발하는 중에 있어 4D 프린터 기기를 활발하게 개발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재료가 개발되고 해당 분야가 상용화된다면, 기기 시장이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전망이다.

4D 프린팅에 사용할 재료를 개발하고 양산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현재 주력하고 있는 분야는 이 4D 프린팅 재료이며, 대학 중에서도 특별히 미국의 대학들이 주도해서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내장되는 소프트웨어 개발도 중요하다. 4D 프린터를 작동시키기 위해서는 3D 프린터와 마찬가지로 컴퓨터 상에서 제품을 설계하고 보완하는 작업을 거쳐야 한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소프트웨어 부문에서는 4D 프린팅 설계와 시뮬레이션 관련 프로그램이 개발되는 것과 4D 프린팅 시장의 성장이 밀접한 관계가 있다. 또한, MIT와 오토데스크(Autodesk)가 진행했던 연구 등을 기반으로 움직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4D 프린팅이 기본적으로 프로그래밍 기반의 제조 시스템이기 때문에 소프트웨어 기술이 중요한 것도 있지만, 또 중요한 이유는 재료 자체에 프로그래밍 코드를 탑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4D 프린팅으로 제작된 구조물은 프로그래밍 코드가 탑재된 물질이 통제를 강화하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경계가 점차 더 모호해지는 데 일조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자가변형 재료의 무한 재활용을 가능하게 할 수 있을 전망이다. 

 

4D 프린팅 뛰어든 GIST·KIST, ‘설계·SW에 주력’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 4D 프린팅 시장 규모는 5억 3780만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선두를 달리고 있는 지역은 북미 시장이며, MIT를 중심으로 다양한 기업과 기관에서 연구를 일찍부터 진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광주과학기술원(GIST),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등이 4D 프린팅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각 연구는 설계와 소프트웨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먼저, 광주과학기술원에서는 4~5년 전에 4D 프린팅 시뮬레이터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또한, 2019년 말부터 한국과학기술연구원 계산과학연구센터는 화재 현장에서 연기를 흡수하는 소재 기술 개발 관련 4D 프린팅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공 모양으로 연기 흡착 소재를 프린팅해 부피를 줄이고, 열이나 연기 등 화재 요소가 감지되면 면적을 넓혀 그 안에 프린트된 팬이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 같은 기술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소재도 주요하지만, 각 소재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그 과정을 파악하고 소프트웨어 내 설계에도 반영해야 한다. 따라서 국내 계산과학연구센터에서도 4D 프린팅 기술을 연구 개발에 팔을 걷었다.

 

아직 특허·비즈니스보다 논문 수가 더 많아

4D 프린팅 기술에 대한 이야기는 2013년부터 지속해서 업계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세계적으로 시장 태동기’라는 평가도 받고 있으며,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수 있는 유망한 기술이기도 하다. 미국을 필두로 유럽, 아시아 등지에서도 관련 연구를 진행하는 등 관심을 보이고 있을 정도로 전망이 있는 기술이다. 하지만 여전히 이론적인 논문이나 전망 보고서만 존재할 뿐, 상용화될 수 있는 기업의 비즈니스 개발과 참여는 미비한 실정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서는 자체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 정부와 연구자들은 4D 프린팅 분야를 제대로 이해하고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최신 동향과 연구자 간 교류를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지원해야 한다”며, “특히 정부는 빠른 시일 내에 연구개발 사업을 기획해서 비용을 지원하고, 특허 출원이 적다는 점을 고려해 특허 출원을 적극적으로 독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직 기업 참여보다 이론적인 논문이나 연구의 비중이 좀 더 많은 기술이기에, 우리나라도 기술기회(technological opportunities)를 선점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해당 분야에서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지는 해당 기술에 대한 관계자들의 관심과 산학연의 긴밀한 협력 여부에 달려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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