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석 케이던스코리아 사장 인터뷰

[테크월드=이혜진 기자] 국내 중견·중소 반도체 기업이 겪는 ‘만성적인 인력난’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해당 산업의 생태계가 대기업 중심으로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국내 반도체 분야 종사자는 대기업 8만4751명(51%), 중견기업 2만8670명(17%), 중소기업 5만4373명(32%) 순이다. 반도체 관련 대기업은 소수지만 종사자는 전체의 절반이 넘는 것이다.  

지난달 반도체 ‘전자 설계 자동화(EDA)’ 소프트웨어 회사 케이던스코리아를 찾았다. 주력 제품은 디지털회로 자동 배치 배선 도구로 핀펫(FinFET)과 그 이하 공정 노드 칩 설계에 대응하는 툴인 ‘이노버스(Innovus)’다. 

이날 신용석 케이던스코리아 사장은 인재 채용의 어려움과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그는“제자들 좀 주십사 하고 대학 교수들을 꾸준히 만나고 강의도 나간다”며 “특히 ‘배치(Placement)와 연결(Routing)’ 분야의 인력 부족이 심해 한국과학기술원 반도체설계교육센터(IDEC)에 관련 라이선스를 줬는데도 학생들에게 이 분야에 대해 가르치려고 하는 교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국내 유명 대기업이 유일하게 그 분야에 투자를 많이 하는데다 그 곳 출신들이 업무에 필요해서 그런 것”이라며 “우리 회사는 지난해부터 서울SW-SoC융합아카데미(이하 SOC)의 졸업생 가운데 신입사원을 뽑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신용석 케이던스코리아 지사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신입을 뽑긴 어려워도 특정 대기업 출신이 많이 오는 이유가 높은 연봉에 있나.

꼭 그렇진 않다. 연봉은 실력에 따라 다르게 준다. 그래도 어떻게 보면 자기들이 자기 분야를 아주 잘 할 수 있는 곳이라 여기 오는 것이 아닐까. 나도 이 기업에 있어봤지만 여긴 일단 부서 배치부터 신입사원들이 자신이 원하는 부서에 배치되기 쉽지 않다. 원치 않는 부서 이동을 겪기도 한다. 우린 이 때 이 곳에서 사람들을 영입한다. 여기뿐만 아니라 대기업에 가서 자신의 의지대로 일을 할 수 있는 비율이 전체에서 몇 퍼센트나 될까.

- 직원은 몇 명이고 이 중 연구 인력은 몇 명인가.

160명가량 된다. 21개 나라를 다 합치면 8100명이 넘는다. 연구 인력은 작년 말부터 뽑기 시작했다. 고객사에서 원하는 것을 해주기 위해서라도 인재가 필요하다. 툴(소프트웨어)을 팔고 나면 고객이 그것을 쓸 수 있게 기술 지원도 해야 하니까. 그래서 많은 사람을 뽑아야 하는데 인재 풀이 적어 적게 뽑았다. 

- 삼성에 다녔던 사람을 데려오기도 하지만 거꾸로 삼성에 가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인력 유출에 대한 대책은. 

여기에 있다가 대기업으로 이직하기도 한다. 대책은 필요없다고 생각한다. 인력 풀만 많으면 사실 문제없다. 인력 풀이 적으니까 서로 데리고 가지 말라고 하는 것이다. 회사도, 정부도 그런 풀을 많이 키워야 한다. 전기, 전자, 컴퓨터처럼 업무와 관련 있는 전공을 한 사람들이 많은 게 아니라 인문계열을 전공한 사람들이 너무 많은데, 그러면 채용되려고 줄 서 있어도 뽑아서 쓸 데가 별로 없다.

- 채용시 성별 다양성은 고려되고 있나.

다양성을 존중하기 때문에 성별에 관계없이 자질있는 인재를 채용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 원래 이 업계에서 여성들이 많이 일하나.

미국에는 많다. 그런데 우리나라엔 거의 없다. 생각해보라. 옛날에 전자공학과 학생이 40명 정도 있으면 그 중 여자는 많아야 3~4명뿐이었다. 

- SOC 센터에서 그동안 사람을 얼마나 채용했나.

작년에 7명을 뽑았고 올해는 5명을 뽑았다. 거기가 대기업에 원서를 못 내는 학생들을 교수들의 추천을 받아서 20명씩 집중적을 교육한다. 아날로그 설계와 PnR(배치 및 연결)에 대해 가르친다. 교육이 끝나면 중소기업에서 서로 데리고 가려고 한다. 2010년부터 센터에 후원하고 있는데, 이젠 대기업에서도 데리고 가려고 한다.  

- 회사가 제공하는 툴이 센터의 교육 분야와 연관 있나 보다.  

PnR은 우리가 제공하는 툴 중 특히 집중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게 있어야 칩을 만들 수 있으니까 세계적인 회사들이 다 이걸 쓴다. 회사 이름을 밝히진 못하는데 우리의 고객사인 국내 대기업의 경쟁사와 휴대전화로 관련된 회사가 우리 제품을 쓴다. 아날로그 시뮬레이터 중 FastSPice는 우리가 경쟁사(시놉시스)보다 늦게 개발했지만 최신의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 경쟁사보다 몇 년 정도 늦었나.

5년 정도다. 경쟁사는 관련해서 제일 좋은 회사를 인수·합병(M&A)했는데 우린 자체적으로 다 개발하다 보니까 그랬다. 12년 전 회사가 어려웠을 때 최고경영자(CEO)를 바꿔서 아날로그 툴에 적합한 인재를 데려오고 교육 과정을 운영하는 학교를 후원했다. 

- 시장이 큰가 보다.

제일 큰 시장이다. 다음으로 큰 시장이 EDA를 하기 위해 필요한 IP(지적재산권)다. 그런데 세계적인 규모로 만들 수 있는 기업이 몇 군데 없다. 우린 이런 것들을 만들어서 판매한다. 최근에는 클라우드도 개발하고 있다.

- 회사에서 내놓은 제품은 총 몇 개인가. 그 중 PnR처럼 앞에서 설명한 것 외에 회사에서 주력하는 제품은 뭔가. 

1000여개 제품 중 주로 팔리는 것은 300개정도다. 그 중에서도 특히 디지털회로 자동 배치 배선 도구로 핀펫(FinFET)과 그 이하 공정 노드 칩 설계에 대응하는 이노버스(Innovus)와 스트라투스(Stratus)에 집중하고 있다. 참고로 스트라투스를 가르치겠다고 하는 미국 유학파 젋은 교수들이 올해 두 명이 나타났는데 한 사람이 하는 말이 “어, 미국에선 이거 다 쓰던데 왜 한국에선 아무도 안 써요?”였다. 그래서 그에게 저희 회사 제품을 1년 동안 제공했다. 그런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줘도 못 쓰는 사람들이 많다. 

- 원한다면 한국에서 일하는 직원이 캘리포니아 본사에서 일할 수도 있나.

 한국에서 기여도가 좋았던 사람들 중 미국에 간 케이스가 많다. 본사에서 인력이 부족하면 데리고 간다. 대신 여기는 다른 사람을 뽑는다. 반대로 우리가 사람이 필요하면 미국에서 데리고 온다. 

- 여긴 독립 법인이지만 본사가 올해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춘이 선정한 좋은 기업 18위에 올랐다. 

그래도 한국 법인에서 상을 받거나 하면 그게 가산점이 된다. 다른 나라까지 포함해서 순위를 계산하더라.  

- 파격적일만큼 복지 제도가 다양하고 좋던데 가장 인상적인 것은 세계적인 상담 전문 기관과 연계한 직원 상담제도다. 원래대로 유료 서비스를 받으면 비용이 얼마나 들어가나. 

아이가 중학생일 때 한 번 해봤는데 10분 상담에 최소 몇 백만 원이 들어가더라. 상담 지원은 직원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직원 가족에게도 제공된다. 무기명으로 진행해서 누가 상담하러 갔는지 모른다. 인사 담당 직원 한 명만 연간 서비스 이용료 정도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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