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월드=방제일 기자] UNIST 생명과학과의 임정훈 교수팀은 뇌가 없는 원시 동물인 히드라가 고등 동물인 사람과 유사한 수면 행동을 하는 것을 밝혀냈다. 또 히드라는 수면을 통해 체세포 성장을 촉진한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수면 행동이 뇌의 휴식을 위한 고등 동물의 생체활동으로 여겨져 왔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끄는 연구다.

연구진은 히드라가 사람처럼 밤낮을 구분해 잠을 자며, 물리적 자극이나 주변 온도를 높여 수면을 방해하면 역시 사람처럼 수면을 보충하는 행동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히드라의 움직임을 24시간 연속 촬영했을 때 불이 꺼지면 히드라의 움직임이 둔해진 것에서 착안해 이 ‘둔한 움직임’이 사람의 수면에 해당한다는 결론을 얻은 것이다.

하지만 히드라의 수면을 촉진하는 물질은 사람과 달랐다. 신경전달 물질인 도파민(dopamine)이 사람에게서는 수면을 억제하는 반면 히드라의 수면은 촉진했다. 이는 도파민의 역할이 생물 진화 과정에서 정반대로 바뀌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사람의 수면을 촉진하는 멜라토닌(melatonin)이나 가바(GABA; gamma-aminobutyric acid)의 경우에는 히드라에게서도 같은 수면 촉진 효과를 보였다.

임정훈 교수는 “‘대표적 신경전달 물질인 도파민은 인간과 초파리에게서는 수면을 억제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으나, 히드라에게서는 오히려 수면을 촉진하는 작용을 한다는 사실을 새롭게 밝혀냈다”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히드라의 수면 현상을 중추신경계를 갖는 초파리, 인간 등과 비교했다. 히드라는 원시적 형태를 갖는 말미잘과 같은 자포동물이다. 이번 연구는 원시 생명체로부터 자포동물(히드라)과 절지동물(초파리), 척추동물(사람) 등으로 중추신경계가 점차 발달함에 따라 수면의 조절원리가 어떻게 진화했는지에 관한 단서를 제공한다.

임정훈 교수는 “이번 연구는 진화에 따라 새롭게 등장한 동물들이 언제부터 잠을 자기 시작했는지, 중추신경계 진화에 따라 수면의 조절원리가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등을 추적해 수면의 기원(the origin of sleep)을 찾는 연구에 중요한 발판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그 의의를 밝혔다.

연구진은 ‘무뇌 동물’인 히드라가 잠을 자야 하는 이유도 찾아냈다. 잠은 히드라의 체세포 성장을 촉진하는데 기여하기 때문이다. 히드라의 수면을 방해하면 체세포 증식이 억제된다. 뇌가 있는 고등 동물은 수면 활동을 통해 뇌의 노폐물을 제거하고 기억력에 중요한 신경세포들의 연결고리를 조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연구진은 히드라의 수면을 조절하는 유전자 찾아내고 이를 다른 생물들과 비교했다. 초파리, 쥐 등에서 수면을 촉진하는 인산화 효소로 알려진 PRKG1 유전자는 히드라의 수면도 촉진했다. 하지만 아미노산의 한 종류인 오르니틴 대사 효소 OAT(ornithine aminotransferase)는 진화된 생물인 초파리와 비교해 정반대의 수면 조절 기능을 보였다. 수면에서 오르니틴 대사와 오르니틴 대사 효소 OAT(ornithine aminotransferase) 역할은 이번에 새롭게 규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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