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시장 하락세에도 매출 7%↑

[테크월드=이혜진 기자] 화웨이, 위챗의 모기업인 텐센트, 틱톡의 모기업인 바이트댄스 등 중국의 주요 IT 기업들이 미국 정부의 제재를 받고 있다. 이 가운데 세계 PC 1위 회사인 중국 레노버가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어 주목된다. 

지난 8월 레노버는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올해 1분기(4~6월) 매출이 133억 달러(약 15조 8150억 원)에 달해 전년 동기 대비 7% 증가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2억 1300만 달러(약 2530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31%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레노버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이유는 뭘까. 또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향후 산업용 PC 시장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고 있을까. 

레노버 기업 소개

레노버는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춘(Fortune)이 최근 공개한 글로벌 500대 기업에 이름을 올린 세계 최대 PC, 스마트 기기 공급 업체다. 6만3000명의 직원들과 세계 180개국 시장에서 사업을 펼치고 있다. 모두를 위한 더 스마트한 기술(Smarter technology for all)이라는 비전 아래 전 세계 인텔리전트 트랜스포메이션(Intelligent Transformation)을 이끌고 있다.

지난 1월 시장 조사 기관 IDC가 공개한 전 세계 PC 시장 점유율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3위에 머물렀던 레노버는 2분기부터 1위를 탈환하며 같은 해 24.3%의 점유율로 1위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HP, 델 테크놀로지, 애플, 에이서는 각각 23.6%, 17.5%, 6.6%, 6.4%인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기간 출하량은 6476만 8000대로 전년 대비 8.2% 증가했다. 2018~2019년 평균 성장율은 8.2%로 상위 5대 기업 중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이에 대해 IDC 측은 레노버가 아시아태평양(APeJ) 이외의 지역에서 크게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7월 시장 조사업체 가트너 조사에서는 1620만 대를 기록해 1위를 차지했다. HP는 3만 2000대 차이로 2위에 그쳤다. 이어 델 테크놀로지스(1060만 대), 애플(440만 대), 에이서 그룹(400만 대) 순으로 나타났다.

질적 성장도 이뤘다. 지난 6월 국제수퍼컴퓨터학회(ISC)가 발표한 세계 상위 500대 수퍼컴 목록에 오른 레노버의 컴퓨터는 무려 180대다. 레노버는 지난해 보고서에서 시장 조사 기관 TBR의 자료를 인용해 자사 워크스테이션(Workstation, 전문가용 컴퓨터)이 지난 3년간 경쟁 업체인 HP와 델보다 낮은 수리율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2009년엔 세계 최초로 듀얼 스크린을 탑재한 씽크패드 W700ds를 출시했다. 이후 2016년에는 노트북 중 처음으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컨버터블 노트북(노트북과 태블릿을 하나로 결합한 제품) 씽크패드 X1 요가를 선보이기도 했다. 

올해 1월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세계 최대 전자 전시회 CES 2020에서 업계 최초의 폴더블 PC 씽크패드 X1 폴드를 공개했다. 7월에는 세계 최초로 AMD 라이젠 스레드리퍼 프로(RYZEN Threadripper PRO)를 탑재한 워크스테이션 씽크스테이션 P620(ThinkStation P620)을 선보였다.

레노버 씽크스테이션 P620 내부

레노버 2분기 실적

이에 레노버 인텔리전스 디바이스 그룹(IDG)의 올해 2분기 PC∙스마트 디바이스(PCSD) 사업 부문 매출은 106억 달러(약 12조 3702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전 이익은 6억 7000만 달러(7814억 8800만 원)로 같은 기간 대비 28% 가까이 증가했다. 

업계 최고 수준을 유지하는 수익률 또한 약 1%p 더 올라 6.3%라는 신기록을 경신했다. PC 시장은 하락할 것이라는 원래의 업계 예측을 뒤엎고 크게 성장한 것이다. 전 세계 소비자 비즈니스 부문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45% 성장했다. 

이러한 높은 실적에 힘입어 그룹 매출은 유럽·중동·아프리카에서 30%가 증가했다. 중국에서는 18% 증가했다. 특히 전 세계 전자상거래 비즈니스는 전년 동기 대비 50%가 넘는 성장률을 기록했다.

레노버는 이 같은 높은 PC 수요가 장기적으로도 유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레노버는 새로운 제품에 초점을 맞추고 급격하게 늘어나는 수요에 부응하고자 글로벌 공급 체인을 강화할 예정이다. 전자상거래 플랫폼도 개발할 계획이다. 또 높은 수익률을 내는 프리미엄 제품의 성장을 가속화하기 위해 고성장 부문에 초점을 맞추려 하고 있다.

데이터 센터 그룹(DCG)은 매출이 16억달러로 거의 20% 가까이 성장했다. 특히 높은 성장을 기록한 부문은 클라우드 서비스 프로바이더(Cloud Service Provider) 사업 부문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 넘게 성장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이동 제한 조치에 디지털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공공 클라우드 인프라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엔터프라이즈∙SMB 사업 부문은 소프트웨어 정의 인프라(SDI), 서비스, 고성능 컴퓨팅(High-Performance Computing) 등 고성장 분야에서 두 자릿수 성장에 힘입어 전년 동기 대비 플러스 성장을 거뒀다. 레노버는 클라우드 서비스 프로바이더 사업 부문에서 장기적인 성장을 기대고 있다. 공공∙사설 클라우드 분야에서 해당 사업부의 강점을 최대한 이용해 에지(Edge) 컴퓨팅 부문에서의 성장을 도모할 계획이다.
 

레노버 씽크패드 P1 Gen 3

레노버 워크스테이션의 사용처

레노버 워크스테이션은 의료, 과학 등 방대한 데이터 처리를 요구하는 전문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

제품 디자인, 엔지니어링 분야

영국의 고급 스포츠카 업체인 애스턴 마틴(Aston Martin)의 공식 워크스테이션 파트너로서 스타일링, 디자인, 캐드(CAD, 컴퓨터를 사용한 자동설계), 엔지니어링 등을 지원하고 있다. 애스턴 마틴의 디자인팀은 레노버 워크스테이션을 사용해 디자인, 모델링, 렌더링(Rendering, 컴퓨터 그래픽으로 이미지를 그리는 것) 등 디자인 과정에서 필요한 모든 작업을 수행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재택 근무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애스턴 마틴의 직원들은 레노버의 모바일 워크스테이션을 활용해 장소의 구애 없이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의료, 과학 분야

바이오테크 기업 테크소메드(TechSoMed)는 레노버의 씽크스테이션을 활용해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향상시키고 세계 최초의 실시간 모니터링, 제어 시스템인 바이오트레이스(BioTrace) 등 혁신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AI 알고리즘과 이미지 처리 기술을 기반으로 한 바이오트레이스를 통해 의사들은 부작용 없이 암을 치료할 수 있는 ‘열 절제술’을 시행하고 있다. 실시간으로 의사가 절개한 부분과 암세포 위치를 시각화함으로써 의사들의 정확한 시술을 돕는다.

건축 설계, 건설 분야

설계 전문 기술 업체 액츄얼(Aectual)은 건축물의 정면과 계단, 바닥 등에 대형 건축 자재들을 3D 프린터로 출력해 건축 자재의 낭비를 줄이고 있다. 또 레노버 워크스테이션으로 대형 건축물을 설계하고, 고객에게 렌더링 작업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레노버 씽크패드 P15V

레노버 워크스테이션 라인업

레노버 워크스테이션은 모바일 제품군인 씽크패드 P 시리즈와 데스크탑형 제품군인 씽크스테이션 P 시리즈로 구분할 수 있다.

제품군별 모델명

-    데스크탑형 워크스테이션: 씽크스테이션 P340 Tiny, P340 SFF(Small form Factor)∙타워(Tower), P520∙520c, P620, P720, P920, P920 
-    모바일 워크스테이션: 씽크패드 P14s(인텔 프로세서 탑재), P15s, P1 Gen 3, P15∙17, T15g
-    하반기 출시 예정인 워크스테이션: 씽크패드 P14s(AMD 프로세서 탑재), P15v, P1 Gen 3, P15, P17, T15g, 씽크스테이션 P620

데스크탑형 워크스테이션인 씽크스테이션 P340 Tiny는 업계에서 가장 작은 크기의 제품이다. 씽크스테이션 P920은 듀얼 프로세서와 최대 2개의 엔비디아 쿼드로 RTX 8000 GPU를 지원한다. 해당 GPU는 4608개의 쿠다(CUDA, GPU를 이용한 범용 계산 기술) 코어와 인공지능 추론에 쓰이는 텐서(Tensor) 코어를 576개나 갖춘 최고급 모델이다. 

씽크스테이션 P620는 업계 최초로 AMD의 중앙처리장치(CPU)인 라이젠 스레드리퍼 프로를 탑재한 워크스테이션이다. 해당 CPU로 멀티 스레드(Multi Thread, 서버와 클라이언트 사이에서 데이터 교환 때 생기는 공백을 이용해 다른 작업을 시키는 것) 워크로드(Workload, 주어진 시간 안에 컴퓨터 시스템이 처리해야 하는 작업의 양과 성격)에 적합한 성능을 제공한다. 

최대 64코어(CPU 내 연산 처리 부품)를 탑재했다. 3D 애니메이션 합성, 편집, 합성부터 초고화질(8K) 영상 실시간 스트리밍, 다면적인 시뮬레이션 작업까지 단일 프로세서로 지원한다. 4.0기가헤르츠에 달하는 동작 속도로 멀티태스킹 능력을 향상시켰다. 

8개 채널을 지원하는 메모리 설계 구조를 통해 메모리 용량을 최대 1테라바이트(TB)까지 확장할 수 있다. 내달 중 출시될 예정이다.

엔비디아 쿼드로 RTX 8000 그래픽 카드를 최대 2개 장착할 수 있다. 저장 장치는 최대 20테라바이트(TB)까지 확장할 수 있다. 업계 최초로 최대 128개의 4세대 피시아이 익스프레스(PCIe∙PC의 CPU가 이용하는 데이터 통로) 레인(주변기기와 연결되는 이동 경로)으로 빠른 전송속도를 지원한다. 이는 GPU와 저장 장치의 성능을 높인다.

씽크패드 P14s와 씽크패드 P15s의 무게는 각각 1.47kg, 1.76kg다. 배터리 수명은 최대 15시간까지다. 가볍고 배터리 수명이 길어 외근이 잦은 사용자들에게 적합하다. 씽크패드 P14s 는 AMD 프로세서를 탑재한 버전으로도 올해 하반기에 선보일 예정이다. 

씽크패드 P15v도 출시된다. 최대 600니트(nit·1㎡에 촛불 한 개를 켜 놓은 밝기)의 밝기를 구현 하는 초고화질(UHD)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 돌비(Dolby)의 프리미엄 음향 기술도 적용했다. 탄소 섬유(철보다 1/4배 가볍고 10배 이상 강한 첨단 소재)와 가벼운 마그네슘 합금 소재로 제작했다. 중앙처리장치(CPU)는 최고급 사양인 인텔 제온 W-10855M v7 with vPro까지 탑재할 수 있다.

씽크패드 P15와 씽크패드 P17엔 엔비디아의 쿼드로 RTX 5000’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인텔 코어 i9를 탑재했다. 씽크패드 T15g엔 엔비디아 GPU ‘지포스 RTX 2080 슈퍼’와 최대 4K OLED의 터치식 디스플레이가 적용됐다.

방대한 데이터를 다루는 IT기업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보안도 강화했다. 레노버의 씽크쉴드(ThinkShield) 솔루션과 씽크스테이션 진단 2.0(ThinkStation Diagnostics 2.0) 솔루션은 기기와 데이터를 안전하게 보호한다. AMD 보안 프로세서(Secure Processor)는 데이터와 어플리케이션을 실행하기 전 관련 코드를 검증한다. PC를 분실하거나 도난당하더라도 물리적 공격으로부터 데이터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AMD 메모리 가드(Memory Guard)도 지원한다.

향후 시장 전망

코로나19로 인해 근무환경에 많은 변화가 생기고 있다. 지난 9월 한국경영자총협회 조사에 따르면 국내 매출액 100대 기업(지난해 기준) 10곳 중 9곳 이상이 재택근무를 시행 중이거나 계획하고 있다. 또 재택근무를 시행 중인 기업의 약 50%는 생산성에 있어 큰 차이가 없다고 평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디자인, 설계, 분석 등 고사양 워크스테이션을 사용하는 전문가들도 재택근무를 하는 환경으로 바뀔 전망이다. 

모바일 워크스테이션의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데스크탑형 워크스테이션을 구매 예정이었던 여러 기업에서는 뉴노멀로 자리잡은 재택근무 시행을 위해 모바일 워크스테이션을 구매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앞서 레노버 모바일 사업부(MBG)의 지난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3% 늘어났다. 매출은 같은 기간 대비 하락했지만 물량이 중남미, 북미주,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전년 동기보다 증가했다. 

모바일 워크스테이션에 더해 리모트 워크스테이션 솔루션(Remote Workstation Solution)의 수요도 급증할 것으로 예상한다. 해당 솔루션은 회사에 구축돼 있는 워크스테이션을 이용해 집에서도 고사양의 작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원격 솔루션이다. 데이터 보안을 유지하면서도 손쉽게 사내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선진국 시장에서의 낮은 시장 성장율을 극복할 방안

워크스테이션과 디자인, 건축, 설계 분야에서의 전문 소프트웨어는 사회기반시설, 제조분야 등 인프라 구축과 관련된 사업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다. 따라서 미국 등 이미 인프라 구축이 완료되거나 경제성장률이 비교적 낮은 선진국에서는 산업용 PC 시장의 규모는 큰 반면, 시장 성장률은 낮은 편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레노버는 전통적인 워크스테이션 시장에 더해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AI, 엣지컴퓨팅(Edge Computing, 중앙이 아닌 현장 주변에서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처리하는 컴퓨팅 방식) 등 다양한 분야와 시장에서 개발에 노력하고 있다.

이에 반해 아시아태평양(APAC) 지역 시장에서는 사회기반시설과 인프라 구축이 아직 필요한 상태이며 선진국 대비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이고 있어, 워크스테이션 시장에서도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는 것으로 판단한다. 다만 한국은 사회기반시설과 인프라 구축이 완료된 상태다. 
이에 한국레노버는 네 가지 전략을 바탕으로 3분기 워크스테이션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할 계획이다. 첫째는 모바일 워크스테이션 라인업을 강화하고 판매를 확대하는 것이다. 둘째는 신제품 출시와 신규 시장 개발을 통해 고객 수요를 창출하는 것이다. 셋째는 전자상거래를 바탕으로 판매를 늘리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독립 소프트웨어 개발사와 파트너십을 맺음으로써 시장에 접근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 최근 레노버의 양 위안칭(Yang Yuanqing) 회장 겸 CEO는 “레노버는 핵심 비즈니스뿐만 아니라 새로운 유형의 서비스와 솔루션을 통해 지속적인 성장을 거두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글: 이형우 레노버 이사
자료 제공: 레노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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