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월드=방제일 기자] 서울역사편찬원은 지난달 31일 서울역사구술자료집 제11권 '서울 상인들의 시장통 이야기'를 발간했다.

서울역사편찬원에서는 2009년부터 서울시민들에게 현대 서울의 생생한 역사를 전달하기 위해 구술채록사업을 진행하고, 이를 바탕으로 모두 10권의 '서울역사구술자료집'을 발간했다.

이번에 발간한 '서울 상인들의 시장통 이야기'에서는 남대문시장, 광장시장, 마장축산물시장, 강남고속버스터미널 꽃시장, 가락동농수산물시장 등지에서 활동했던 상인들의 구술을 채록, 정리해 서울의 주요 시장들이 변천해온 과정을 담고 있다.

본 구술 자료집에는 남대문시장 주식회사에서 근무하며 시장 운영 전반을 살핀 곽명용, 남대문시장 수입상가 상인회 회장으로서 상인들의 입장을 대변했던 박점봉, 광장주식회사의 대표로서 광장시장을 유지하고 상인들의 이익을 보호하는 데 힘써온 송호식, 서울시 공무원이었다가 마장축산물시장에 들어가 축산유통업체의 대표로 자리 잡은 이영언, 강남고속버스터미널 꽃시장의 형성과 성장을 모두 지켜본 최화섭과 오정민, 용산청과물시장 시절에서부터 가락동 청과시장으로의 이전과 성장 등을 이끌어온 이강하, 최필남 등이 등장한다.

곽명용과 박점봉은 전쟁 직후 남대문시장이 다시금 서울의 대표적 시장으로 거듭났다가 불경기로 어려워진 최근의 상황까지 다사다난한 과정을 소상하게 이야기했다.

특히 박점봉은 전쟁 직후 남대문시장 주변을 떠돌던 넝마주이, 꿀꿀이죽을 팔던 모습 등 남대문시장의 다양한 옛 모습을 추억했다.

송호식은 수십 년간 제기된 시장재개발의 압력 속에서 버텨왔던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광장시장은 그 자체로 역사이기 때문에 개발이라는 미명으로 함부로 허물 수 없다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마장축산물시장에서 축산유통가공업체를 경영하는 이영언은 1970년대 마장동 가축시장이 전성기였던 시절 수도권의 목동들이 소를 이끌고 시장으로 모여들던 이야기부터 사업의 성공과 실패, 재기에 얽힌 경험들 그리고 정부에서 시행했던 여러 가지 축산유통정책에 대한 솔직한 의견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려주었다.

한편 최화섭과 오정민은 꽃시장으로 들어오게 된 과정은 서로 다르지만 남대문시장에서부터 강남고속버스터미널 꽃시장으로 올 때까지 오랜 시간 함께 버텨온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1950년대 종로에서 시작된 꽃시장이 어떻게 남대문시장을 거쳐 강남고속버스터미널까지 옮겨오게 됐는지 소상하게 들려주었다.

이강하와 최필남은 모두 청과물 상인으로, 용산청과물시장을 거쳐 가락동농수산물시장으로 옮겨와 가락동 청과시장이 대표적인 청과도매시장으로 자리 잡는 데 많은 기여를 한 사람이다.

이강하는 청과물 생산자들과의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부터 새로운 품종을 소개하고, 방송에까지 나가 판매를 촉진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벌였다.

최필남은 청과물 중매인으로서는 최초의 여성 중매인으로, 청과물 도매시장에서 이뤄지는 경매에 대해 소상하게 이야기했다. 이외에도 본 구술 자료집을 통해 시장 상인들의 웃음과 눈물이 담긴 다양한 이야기를 확인할 수 있다.

서울역사구술자료집 제11권 '서울 상인들의 시장통 이야기'는 시민청 지하 1층에 있는 '서울책방'에서 1만원에 구매할 수 있다.

이상배 서울역사편찬원장은 "이 책은 광복 이후 성장하고 변화를 겪어온 시내 주요 시장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라며 "특히 오늘날 다양화된 상거래 방식 속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울 상인들의 상황을 이해하고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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