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월드=방제일 기자] 살아있는 세포와 그 주변을 흐르는 혈액과 같은 유체(움직이는 액체)를 동시에 고화질로 관찰 할 수 있게 됐다. 정지된 화면을 정밀하게 관찰하는 능력인 ‘공간 분해능’과 물체의 움직임을 잘게 쪼개 관찰하는 ‘시간 분해능’을 모두 갖춘 광학현미경이 개발됐기 때문이다.

UNIST 생명과학부 박정훈 교수팀은 구조화 조명 현미경(Structured Illumination Microcopy)의 시간 분해능과 공간 분해능을 한 이미지 내에서 제어하는 기법을 개발했다. 구조화 조명 현미경의 광원인 가시광선의 진폭을 조절해 영역별로 ‘맞춤형’ 빛을 조사한 것이 핵심이다. 세포 안팎을 왕복하는 칼슘 이온의 움직임(시간분해능)과 칼슘 이온 때문에 생기는 세포의 변화(공간분해능)를 동시에 포착할 가능성이 열렸다.

광학현미경은 가시광선을 이용해 물질의 확대 이미지를 얻는 현미경이다. 전자현미경보다 물질을 확대해 또렷하게 볼 수 있는 해상도(공간 분해능)는 낮지만, 세포와 같이 살아있는 대상을 3차원으로 관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원자 단위까지 구석구석 살피는 전자현미경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종류의 광학현미경이 끊임이 개발되는 이유다.

구조화 조명 현미경(SIM)도 새로운 광학현미경 중 하나다. 방충망과 같이 작은 무늬로 이뤄진 구조체 두 장을 겹친 상태로 움직이면 표면에 어른거리는 ‘간섭무늬’가 생기는데, SIM은 이런 간섭 현상을 이용한 현미경이다. 물질에 조사하는 빛의 파장 형태와 만들어진 간섭무늬의 형태를 알면 이를 수학적으로 분석해 물질의 미세구조를 볼 수 있다. 

다른 초고해상도 광학현미경과 달리 복잡한 시편 준비 절차가 필요 없고, 강한 빛에 의한 시편 손상이 적다. 하지만 간섭무늬를 통해 ‘간접적’으로 시편을 보는 방식이라 1장의 초고해상도 이미지를 얻는 데 복수의 이미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순간적 현상을 포착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박정훈 교수 연구팀은 촬영하려는 영역의 특성에 맞춰 선택적으로 빛의 진폭을 제어하는 방식으로 이런 문제를 해결했다. 이를 통해 암세포를 배양하는 유체(액체)의 흐름과 그로 인해 발생한 세포의 미세 변화를 동시에 초고해상도로 얻는 데 성공했다.

 짧은 순간을 포착해야 하는 유체 영역은 높은 시간분해능을 갖는 진폭 패턴을, 더 또렷한 이미지가 필요한 세포 부분은 초고해상도(공간 분해능)를 갖도록 하는 진폭 패턴의 빛을 쪼인 것이다. 일반 해상도로 빠르게 움직이는 대상을 관찰하거나, 초고해상도로 미세한 구조를 가진 영역을 관측하는 것은 가능했지만 한 화면에서 이를 동시에 측정하는 것은 처음이다.

제1 저자인 생명과학부 우태성 연구원은 “빛의 진폭을 하나의 공간 안에서 조절 할 수 있으므로 시간 분해능이 필요한 암세포 주변은 평면파를, 공간 분해능이 필요한 세포 부분에 정현파(sine wave)를 조사해 초고해상도 이미지를 얻을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또 이번 연구는 빛의 진폭을 10 kHz 이상의 빠른 속도로(주파수) 하나의 공간에서 제어하는 광학 시스템에 기반하고 있어, 이를 응용해 초고속 촬영 시스템 구현이 가능하다. 물체의 움직임을 ‘슬로우 모션’으로 촬영하는 초고속 촬영 시스템의 경우 촬영속도인 주파수와 내장메모리 크기에 따라 촬영 가능한 시간이 정해지는데 이 시스템을 응용할 경우 기존 초고속 촬영 대비 촬영 가능한 시간이 길어진다.

박정훈 교수는 “기존 현미경으로는 관측 불가능했던 서로 다른 시·공간 스케일의 생명현상을 동일 현미경으로 한 이미지 내에 동시에 관찰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연구”라며 “미세 유로 채널 관련 연구나 높은 시간분해능이 필요한 칼슘 신호 전달 등 각종 생명·물리 현상의 관측에 적용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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