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만으로 인터넷 검색과 번역이 가능하다면?

[테크월드=김경한 기자] 터치스크린으로 조작하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가 일상화되다 보니, TV를 시청하거나 책을 읽다가 지루한 부분에서 무의식적으로 ‘스크롤’하는 행위를 한 적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그러면서 일상생활에서도 허공에 손짓하는 것만으로 컴퓨터를 사용하거나 인터넷에 접속할 수는 없을까라는 상상을 해본 일은 없는가?

이런 상상 속의 일을 충분히 만끽하게 하는 소설이 있다. 존 스칼지가 2005년에 출간한 ‘노인의 전쟁’이라는 SF 소설이다. 이 소설은 먼 미래에 인류가 새로운 육체를 부여받음으로써 특별한 기기 없이도 클라우드에 접속하고 엣지컴퓨터를 조작하는 일이 가능하게 된다는 설정을 담고 있다. 

소설 속 주인공 존 페리는 75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우주개척방위군(Colonial Defense Forces, CDF)에 입대한다. 입대자들은 초록색 피부에 고양이 눈을 가진 젊고 건강한 몸으로 의식을 전이받게 되며, 그 대가로 지구밖에 있는 외계인과의 전투에 참전해야 한다. 

존 페리는 10년 전 입대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자신의 각종 유전자 정보를 CDF에 넘겨줬다. CDF는 유전자 견본을 얻고 10년 동안 새로운 몸을 성장시켰고 존이 75세가 되자 그의 의식을 새로운 육체로 전이했다. 

존은 새로운 육체를 갖게 된 후부터 언제 어디서나 어떤 도구도 필요 없이 ‘뇌도우미’라는 컴퓨터 체계에 접속할 수 있게 된다. 

뇌도우미의 기능은 상상을 초월한다. 처음 존 페리가 뇌도우미가 접속한 날은 마치 인공지능 스피커와 같은 느낌이었다. 간단한 일상 대화를 나누고 스피커를 부를 때 쓰는 이름도 따로 설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각종 정보를 검색하는 기능을 그냥 서서든, 앉아서든, 누워서든 사용할 수 있다. CDF의 표준 지급 MF-35 보병소총은 주인공이 처음 보는 소총이었음에도 뇌도우미가 펼쳐보이는 허공 속 그림을 통해 이 소총의 사용법을 쉽게 익힐 수 있었다. 전투 중에는 외계종족의 곤충소리와 같은 말을 뇌도우미가 번역해서 무슨 의미인지 알아들을 수 있게 해준다.

또 하나의 기능은 비슷한 육체를 가진 이들과 특별한 장비 없이 통신을 할 수 있는 점이다. 존은 CDF의 적대세력과 전투를 벌이며 같은 부대원과 말을 섞지 않으면서도 뇌도우미를 통해 마음 속으로 대화할 수 있다. 

이 모든 과정을 키보드나 마우스 조작 없이 할 수 있으니 얼마나 편리한 기능인가. 지금 이 글을쓰고 있는 필자는 이 소설을 읽은 지 오랜 기간이 흘렀기에 책을 뒤적이며 필요한 부분들을 찾아쓰고 있다. 그러면서 이걸 알아서 척척 읽어주고 찾아주는 뇌도우미가 있으면 얼마나 편리할까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기도 하다.

현실 세계에서는 뇌와 기계를 연결해 컴퓨터나 기계를 조작하는 시스템을 BCI(Brain-Computer Interface)라고 부른다. 아직까지 소설에서 보이는 것처럼 사람의 머릿속에 심는 삽입형 BCI의 개발단계가 미약한 실정이다. 

전기 자극으로 인해 부작용이 생길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2016년 미국 국립보건원에서는 쥐를 대상으로 한 휴대전화의 전자파 영향 분석에서 전자파 노출로 일부 쥐에서 종양이 발견됐다는 발표가 있었다. 물론 이에 대한 반대 의견도 상당하지만 전자파로 인한 인체의 악영향은 어느 정도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상황이다. 인체에 해롭다는 이유로 잠잘 때는 전기 콘센트도 피하는 마당에, 삽입형 BCI를 머릿속에 삼는 행위는 지극히 위험하게 느껴진다. 

기술적 난이도가 높은 이유도 있다. 업계에서 뇌의 신호를 신체 바깥에서 읽어 들이기는 어렵지 않으나, 바깥의 정보나 신호를 뇌에 전달하는 것은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뇌파를 감지해 내는 일은 쉬우나, 소설 속에서처럼 내가 원하는 데이터를 받아보는 일은 쉽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아직까지 삽입형 BCI는 시각장애인이나 전신마비 환자를 위한 실험적인 보조기구에만 적용되고 있다. 

궁극적으로 이 장치는 해킹 문제를 피할 수 없다. 최근 자율주행차가 해킹으로 탑승자의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고 이에 대한 솔루션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삽입형 BCI는 신체 자체에 해킹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해킹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해 보인다. 

만약 우리의 뇌가 인터넷과 직접 연결될 수 있는 시대가 오면 디지털 치매는 더욱 심화될 수도 있다. 그러다가 갑자기 인터넷 접속이 끊기는 날에는 아무 것도 못하는 바보로 살 수도 있지 않을까.

소설 속에서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삽입형 BCI가 현실세계에서 과연 등장할 수 있는 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과거 상상 속에서나 가능했던 스마트폰이 오늘날 일상생활에 파고든 것처럼 언젠간 이런 일도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즐겁지만 두려운 상상을 해본다. 

한편, 넷플릭스가 소설 ‘노인의 전쟁’의 판권을 사고 TV 영화로 만들기 위해 각색 작업에 돌입했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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