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월드=배유미 기자] 자산운용의 수요자인 투자자는 자산운용사의 브랜드와 수익률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에 운용되는 방식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투자자가 상대적으로 무관심할 뿐만 아니라, 자산운용은 상대평가/제로썸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때문에 자산운용자는 혁신으로 혼자 오래 독점하려고 하고, 그 내용도 외부에 잘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자산운용분야는 많은 혁신이 조용히 이뤄져왔고, 지금도 이뤄지고 있다.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하는 자산운용 혁신가능성에 대해 알아보기 전, 어떤 발자취를 거쳐왔는지 살펴보면 인공지능이 이를 이을 만한 후보인지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종목에서 포트폴리오로: 통계적 차익거래의 시작

매일 많이 오른 종목을 공매도하고 많이 떨어진 종목을 매수하는 것을 반복하면서 매수금액과 공매도 금액을 같게 유지하고 시장(베타)의 영향을 제거하는 전략을 콘트래리안 전략(이하 전략C)이라고 한다. 이 전략은 매우 단순하지만 수익률이 매우 높은데, 많은 사람들이 열심히 투자를 연구했음에도 불구하고 1980년대 후반에 접어들어서야 소수만이 이를 겨우 알아채고 큰 돈을 벌기 시작했다.

전략C에 도달하려면 모든 주식에 대한 과거 일간 가격데이터와 간단한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컴퓨터만 있으면 된다. 하지만 당시 컴퓨터와 가격데이터는 백엔드 시스템을 다루는 IT부서에서나 중요하게 사용되고 있었고, 대부분의 투자부서에서는 종목 분석과 차트 기능 정도면 충분했다. 또한, 당시 대부분의 투자자는 포트폴리오 전략이 아닌 개별 종목 분석에 집중하고 있었다. 전략C를 누구나 쉽게 찾아 실행할 환경이 충분히 조성되지 못했던 것이다. 전반적인 주식 유니버스에 전략C를 백테스팅하고 실행할 수 있는 환경과 실행력을 갖춘 팀은 여전히 소수였으며, 먼저 움직인 팀들은 이를 쉬쉬하며 큰 돈을 벌어들이게 됐다.

 

퀀트펀드 전성시대: 퀀트펀드의 탄생과 새로운 균형

1세대 퀀트 헤지펀드들이 통계적 차익거래 전략으로 압도적인 수익률을 계속 보여주자, 투자금이 몰려왔고 퀀트 헤지펀드들은 덩치를 더욱 불리게 됐다. 그 결과 2018년 기준으로 연봉 1보 8000억 원을 받아 1위를 기록했던 르네상스테크놀로지스의 제임스 사이먼스를 필두로 최고연봉 헤지펀드 매니저 중 절반 이상이 컴퓨터 알고리즘 트레이딩 방식을 사용하기에 이른다.

퀀트펀드 숫자가 많아지고 운용하는 자금도 커지면서, 반작용도 일어나기 시작했다. 제로섬 속성을 가진 시장에서 대부분의 전략은 대형 퀀트펀드가 재빠르게 찾아내면서, 수익률이 급감하게 된 것이다. [그림 1]과 같이, 퀀트펀드들이 성장할수록 전략을 찾아내는 속도보다 경쟁에 의해 수익이 감소하는 속도가 더 빨라지게 됐으며, 결국 누가 더 많은 인원을 갈아 넣어 더 많은 전략을 빠르게 찾아내느냐의 게임이 됐다. 퀀트펀드가 고용하는 인원은 점점 많아지고, 상위 퀀트펀드의 경우 1인당 운용자산은 300억 원 수준까지 하락했다.

[그림 1] 고용자 숫자와 인원 별 AUM (자료제공=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

 

ETF: 액티브에서 패시브로

시장의 알파(전략에 의한 초과수익)가 빠르게 사라지자 점점 많은 펀드들이 개별주식 선별을 포기하고 인덱스를 통한 자산배분 등으로 방향을 잡으며 ETF(Exchange Traded Funds, 상장지수펀드)를 활용하게 됐다. 그 결과 ETF의 자산규모가 폭증했다. 2019년 말 기준으로 ETF의 총 자산규모는 5조 달러(한화 약 6000조 원)에 이르렀다.

ETF의 인기는 계속 높아져서, 초과수익 창출에 실패한 높은 보수의 액티브 뮤추얼 펀드로부터 빠져나온 자금을 흡수하고 있다. 실제 뮤추얼 펀드는 [그림 2]와 같이 2000년대 초반 이후로 자금 유출을 겪고 있으며, 빠져나온 자금은 대부분 인덱스펀드와 ETF로 향하고 있다.

[그림 2] 미국 내 펀드 누적 순흐름 (자료제공=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

 

액티브인덱스 ETF

액티브인덱스(Active Index)는 지수를 단순히 추종하는 것을 넘어 전략적인 운용을 통해 지수대비 초과수익을 올리겠다는 운용전략을 말한다. 현재 액티브 인덱스를 표방한 ETF의 규모는 약 100조 원으로, 전체 ETF 규모의 2%에 불과한다. 하지만, 성장률은 ETF의 3배에 달할 정도로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투자의 목적은 높은 수익이므로 지수와 같게 움직이면서 비교적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ETF 가 있다면 지수 대신 선택하게 될 것이다.

액티브인덱스 비즈니스의 가장 큰 문제는, 퀀트헤지펀드의 사례처럼 더이상 값싼 알파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ETF가 큰 시장을 가져오기 위해서는 연 1% 미만의 낮은 운용보수로 운용돼야 하는데, 실시간으로 매매되는 특성상 성과보수도 받기 어렵다. 무엇보다 증진해야 할 인덱스의 종류만 수천 개에 달한다.

현재 대부분의 액티브인덱스 ETF 들은 10개 정도의 팩터를 활용한 선형결합 형태의 모델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그 결과는 그다지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저비용과 알파(지수대비 초과수익)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혁신이 필요하다.

 

자동화된 퀀트리서치

퀀트 헤지펀드 보수가 비싼 이유는 알파를 찾는 과정에서 몸값이 높은 고급인력이 다수 투입되기 때문이다. 만약 특정 목표에 대한 포트폴리오 초과수익전략을 연구하는 속도를 높일 수 있거나, 혹은 퀀트리서처 없이 자동으로 포트폴리오 운용전략을 추출할 수 있게 된다면, 먼저 알파를 액티브인덱스 ETF의 형태로 지금보다 많은 투자자들에게 저비용으로 제공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다. 또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액티브인덱스 시장에서 고지를 선점하게 될 것이다.

 

AI가 증진시킨 ETF 사례

2019년 5월 미국 금융시장에 새로운 사건이 일어났다. 한국의 AI 스타트업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가 2019년 5월 21일 뉴욕증권거래소에 AI로 운용되는 액티브인덱스 ETF 두 개를 상장한 것이다.

상장된 ETF NYSE: QRFT는 S&P500 지수를 증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NYSE: AMOM은 S&P500 모멘텀지수를 증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딱 1년이 지난 지금 위 AI ETF 들은 [그림 3] 같은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그림 3] AI ETF 성과 (자료제공=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

NYSE: QRFT의 경우, 상장 이후 1년동안 벤치마크인 S&P500 지수를 (토탈리턴/보수차감 후 기준) 11.60%p 아웃퍼폼하고 2배가 넘는 샤프비율을 기록했다. NYSE: AMOM의 경우도 S&P500 지수를 11.50%p 아웃퍼폼하고 약 2배의 샤프비율을 달성했다.

피어 ETF인 블랙락, 골드만삭스 등의 액티브 인덱스 ETF 들과 비교해봐도 압도적인 성과다. QRFT는 같은 카테고리에서 2위인 골드만삭스의 GSLC보다 1년동안 10%p 이상 좋은 성과와 2배 이상의 샤프비율을 기록했고, AMOM 역시 2위인 블랙락의 MTUM을 6.6%p 앞섰고 샤프비율도 1.4배 이상을 기록했다.

이런 성과보다 훨씬 더 중요한 사실은 위의 AI ETF들이 AI 시스템에 의해 자동으로 추출된 운용전략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자동화된 데이터 전처리 시스템 + 딥러닝 기반 자동 운용전략 추출 시스템을 통해 위의 AI ETF 들은 한 달도 안되는 시간에 제작과 테스트가 완료될 수 있었다.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는 이러한 AI 시스템을 통해 5명의 인원이 1달 동안 최소 5개의 액티브인덱스 ETF를 제작할 수 있는 생산성을 확보하고 있다. 대형운용사의 경우 하나의 액티브인덱스 ETF를 출시하기 위해 주니어퀀트 포함 5~10명의 인원이 투입되어 6개월~1년의 시간이 걸린다.

 

AI에 의한 운용전략 자동추출

기존 퀀트 운용방식은 크게 데이터처리→전략리서치→주문집행의 단계로 이루어진다.

데이터처리 단계에서는 복잡한 금융 데이터를 시뮬레이션을 위해 바이어스가 없도록 잘 처리하고, 전략리서치 단계에서는 처리된 데이터를 이용해 알파소스를 리서치하고 포트폴리오 전략화시키는데 굉장히 많은 리서치 인력이 투입되며, 만들어진 퀀트 전략들에 대한 대규모 매매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시장충격 최소화를 위한 복잡한 주문집행(트레이딩)도 필수적이다.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는 액티브인덱스 ETF를 양산하기 위해 데이터 프로세싱과 리서치, 주문 집행의 각 과정들을 모두 AI 시스템화했다.

[그림 4]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의 ETF 양산 과정에 도입된 AI 시스템 모식도 (자료제공=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심플한 구조로 복잡한 모델을 테스트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는지다. 그래야 이를 자동화할 수 있다.

 

1. 데이터 처리 시스템 (KIRIN API)

S&P 글로벌, 레피니티브(Refinitiv, 구 톰슨로이터)와 같은 데이터벤더의 금융데이터는 바로 쓰기가 매우 어렵다. 생존편향 바이어스(상장폐지 종목의 정확한 처리)와 미래참조 바이어스 등을 제거하는 작업, 주식 M&A, 유상증자, 상장과 상장폐지, 재상장 등의 이벤트를 정확하게 전처리하는 데 많은 시간이 들어간다.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의 데이터처리 시스템은 GPU로 가속된 병렬연산작업을 통해 이러한 작업을 자동화해준다. 데이터처리 시스템은 단순히 데이터를 모아서 저장하는 역할에 그치지 않고, 이를 전처리하고 정리해 여러가지 뷰로 투자유니버스를 테스트할 수 있도록 돼 있다.

2. 전략추출 시스템 (ALPHA FACTORY)

AI 리서치 시스템의 핵심은, 투자전략의 자동추출이다. 적절히 엔지니어링된 딥러닝 모델은 방대한 서치 유니버스 안에서 확률 높은 후보를 좁히고, 후보들을 자동으로 백·포워드테스트해 최종적으로 투자전략을 추출에서 상당한 성과를 보인다.

딥러닝을 통한 투자전략의 자동추출은 ▲팩터팩토리 ▲전략팩토리 2단계로 나눠져 있다. 팩터팩토리는 초과수익 가능성이 있는 기본 패턴을 AutoML 기술 등을 적용해 자동으로 탐색하는 시스템이다. 엔비디아 DGX 서버 1대 기준으로 인간의 개입없이 하루에 10개 이상의 패턴(팩터)을 찾아낼 수 있다. 전기는 많이 소모하지만, 높은 급여를 주지 않아도 되고 이직할 일도 없다.

팩터팩토리의 경우, 이를 통해 찾아낸 팩터들은 독립된 소스가 아니기 때문에 선형결합보다는 비선형 결합모델로 구성하는 것이 더 적합하다. 전략팩토리에서는 팩터팩토리에서 자동으로 추출된 팩터들을 비선형적으로 조합해 비선형 자산가격모델을 만드는 형태로 최종 투자전략을 찾아낸다. 팩터팩토리를 통해 더 많은 팩터들이 누적될수록 전략팩토리에서 점점 더 정교한 자산가격모델을 만들 수 있게 된다.

3. 주문집행 시스템 (AXE)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 역시 주식 틱데이터에 딥러닝 강화학습 기술을 적용한 AI 주문집행시스템을 개발했다. 이를 신한금융투자에 제공해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 특히,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는 상대적으로 늦게 개발에 착수해 그 사이 발전한 최신 AI 강화학습 모델을 적용할 수 있었다. 알파고에 쓰였던 DQN 모델을 사용해 만들어진 JP모건의 LOXM과는 달리,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는 보다 최신의 에이전트 기반 강화학습 모델을 응용해 주문집행 성과를 크게 올렸다.

AXE는 2020년 3월부터 신한금융투자의 법인 주문집행에 적용됐다. 현재까지 국민연금이 위탁한 약 3000억 원의 주식주문을 AI 로 처리했으며, 2020년 5월 기준 VWAP 대비 뛰어난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AI 주문집행 시스템은 개별종목의 가격, 거래량뿐 아니라 체결내역, 지정가 호가 등을 포함한 틱데이터에서 패턴을 학습해 최적 주문집행 전략을 탐색한다. 이러한 시스템이 도입될 경우, 액티브인덱스를 비롯한 모든 금융상품의 대량거래에 따른 거래비용을 최소화해 수익률을 개선할 수 있다.

지금은 1990년 데자뷰?

1990년에 앞선 몇 명은 데이터와 컴퓨터를 통해 전략C를 발견할 수 있었고 큰 혁신을 이뤘다. 마찬가지로 2020년에 앞선 몇 명은 AI 기술의 발전을 자산운용업에 적용해 자동화된 알파라는 큰 혁신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AI 기반의 운용사 모델은 새로운 데이터를 찾고 엔지니어링할 데이터 엔지니어팀과, 보다 좋은 전략추출 효율을 가능하게 하는 딥러닝 모델을 엔지니어링할 AI 엔지니어 팀만 필요하다. 비용도 데이터 소스와 주문집행용 틱데이터 소스를 구독할 때에만 든다. 개발하고 운용할 ETF가 아무리 많아져도, 서버 증설 이외의 다른 비용은 없다.

딥러닝 AI 기술을 통해 사람이 발견할 수 없는 투자전략을 발견하고(알파팩토리) 새로운 전략형태의 발견을 가능하게 만든 팀이 있다면, 그 아웃라이어 팀은 지금 출현할 것이고 좋은 액티브 인덱스 성과를 만들 것이며, 액티브인덱스 ETF 시장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할 것이다. 어쩌면 1경 원을 향해 가고 있는 ETF 시장에 AI 기술을 통해 저렴한 알파를 공급하게 되는 혁신의 시작점이 지금일지도 모른다.

 

글: 김형식 대표

자료제공: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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