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올해의 발명왕’ LGD 김인주 팀장의 롤러블 TV 개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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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올해의 발명왕’ LGD 김인주 팀장의 롤러블 TV 개발기
  • 선연수 기자
  • 승인 2020.08.05 08: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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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ED로 이뤄낸 꿈의 디스플레이

[테크월드=선연수 기자] 165cm, 사람의 키만 한 긴 직사각형 박스 안에서 말려있던 TV 스크린이 펼쳐지며 올라오는 ‘롤러블 OLED TV’는 CES2019에서 세상에 놀라움을 안겼다. 이 공을 인정받아, 지난 6월 24일 한국발명진흥회가 주관한 제55회 발명의 날 기념식에서 롤러블 OLED TV를 개발한 LG디스플레이 OLED TV기구설계 2팀 김인주 팀장은 ‘올해의 발명왕’을 수상했다.

 

LG디스플레이 OLED TV기구설계 2팀 김인주 팀장

돌돌 말려진 디스플레이란 아이디어는 어떻게 제품으로 탄생할 수 있었을까? 롤러블 OLED TV 개발에 혁혁한 공을 세운 김인주 팀장과 서면 인터뷰를 통해 그 개발기를 들어봤다.

 

Q. 롤러블 OLED TV 개발로 ‘올해의 발명왕’에 이름을 올렸다. 돌돌 감는 디스플레이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디스플레이를 연구하는 개발자로서 TV를 사용하지 않을 때, TV 화면을 돌돌 말아 없앨 수 있다면 공간이나 인테리어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지 않을까 항상 고민해오던 부분이었다.

기존의 LCD TV는 백라이트가 발산한 빛을 액정으로 조절해 화면을 구현하는 방식이라, 구조적으로 구부릴 수 있는 유연성에 한계가 있었다. 혁신적인 기술이 새롭게 개발되지 않는 한, 종이 두루마리처럼 돌돌 마는 디스플레이를 구현할 방법이 없었기에 먼 미래의 일로 생각하고 포기한 아이디어였다.

그러던 중 플렉시블을 구현할 수 있는 혁신적인 OLED 디스플레이가 개발됐다. 이에 OLED의 특성을 극대화하면 화면을 돌돌 말 수 있는 디스플레이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이디어가 다시금 떠올랐다.

예전의 아이디어가 더는 먼 미래의 일이 아닐 수도 있다는 희망이 생겼고, 꿈의 디스플레이인 돌돌 말리는 디스플레이를 한번 만들어보자는 도전 의식이 생겼다. 이를 바탕으로 롤러블 디스플레이 개발을 추진했다.

 

Q. 롤러블 디스플레이 구현에 있어 기술적으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무엇인가?

디스플레이를 돌돌 말아도 깨지지 않는 초박형 글라스를 만드는 기술을 구현하는 것이 어려웠다. 디스플레이 패널을 롤 업할 때 평평하게 펴지고, 다시 롤 다운시킬 때 단단히 감아주는 기술도 쉽지 않은 과제였다. 그중 수만 번을 돌돌 말았다가 펴도 패널 내부 회로 부품이 고장나지 않도록 연결하는 기술이 가장 어려운 과제였다.

 

김인주 팀장은 1999년 LG에 입사해 21년간 새로운 디스플레이 기술을 개발해오고 있다

 

Q. 한국발명진흥회의 발명스토리를 통해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일을 시작하면서, 제품을 발명하고 세상에 내놓는 즐거움을 알게 됐다고 한 바 있다. 제품·기술 개발자와 영업자의 시각 차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개발자와 영업자 간 제품을 보는 시각 차이는 항상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개발자는 수익성보다는 기술의 난이도와 완성도에 더 초점을 맞추고, 영업자는 기술 자체보다는 수익성 측면에 더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

그러나 어느 쪽이 항상 옳다고 할 수는 없는 것으로, 우선순위를 어디에 둬야 하는지는 그때의 상황에 맞게 결정해야 한다. 이때 개발자와 영업자는 자신들의 입장만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서로를 이해해야 한다.

롤러블 OLED TV는 최고 난이도의 기술이다. 그렇기에 개발을 위해 상당한 규모의 투자가 이뤄졌다. 그러나 이 기술을 바탕으로 다양한 혁신적인 제품들이 개발되고 시장이 확대되는 등 장기적인 관점으로 봤을 때 수익이 증가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기에, 영업적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효과가 분명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Q. 롤러블 OLED TV는 개발에 성공한 제품이다. 그러나 다양한 아이디어를 실제로 구현하는 과정에서 좌절된 아이디어도 많을 것 같다. 실현되지 못한 가장 아쉬운 아이디어가 있다면?

오래전 CRT TV가 쇠퇴하던 시절, LCD나 PDP처럼 평평한 CRT TV를 개발했던 경험이 있다. 당시 많은 인원과 비용이 투입돼 기술 개발을 진행했지만, 결국 LCD/PDP 기술을 뛰어넘지 못해 아쉬운 기억으로 남아있다.

 

Q. 한국발명진흥회의 발명스토리에서 “발명은 누워서 하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그렇다면 전자 제품을 발명하는 데 있어 특별히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있는가?

전자제품은 시간과의 싸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기술 변화가 빠른 분야다. 그래서 가만히 앉아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구체화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본다. 다양한 정보 소스를 통해 기술의 변화를 감지하고, 이를 토대로 기존 제품의 약점을 뛰어넘는 아이디어를 지속적이고 꾸준하게 도출하고 도전과 실패를 거듭하다 보면, 비로소 세상에 없던 놀라운 발명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발명스토리>
반복되는 실험과 실패를 자산으로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다

자료제공: 한국발명진흥회

- 발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어릴 때부터 무엇인가 만드는 것을 좋아해 대학교 전공도 공학 분야로 선택했다. 대학교에 입학한 뒤 처음으로 발명한 것은 온도가 자동으로 조절되는 온실로 대학교 4학년 졸업작품이었다. 새로운 것을 만들기 위해 밤을 새우고, 실패하고, 다시 도전하는 어려움이 있었으나 완성 후 세상에 나왔을 때의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디스플레이 분야에 발을 들이면서 새로운 것을 만들고, 제품화해 세상에 내놓는 즐거움을 본격적으로 알게 됐다. 아이디어가 구체화되고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 제품이 돼 세상에 출시되는 것이 신기하고 뿌듯해 발명에 재미를 붙였다.

 

- 발명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사람이나 사건이 있다면?

사회생활 이후 만났던 선배들이 나의 발명에 영향을 줬다. 발명의 ‘발’ 자도 모르던 당시 선배들이 숙제를 주고, 힌트를 주고, 때로는 질책과 칭찬을 적절히 섞어 포기하지 않도록 이끌어줬다. 이분들이 있었기에 발명을 꾸준히 할 수 있었다.

한 번은 선배와 기존 재료 대비 가격이 저렴한 재료를 찾기 위해 다양한 조합을 시험한 적이 있다. 뭐가 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선배가 실험항목을 적어준 쪽지에 있는 대로 실험한 뒤 결과를 정리하니 새로운 게 보이기 시작했다. 이때 발명은 누워서 하는 게 아니라는 걸 절실히 깨달았다. 다양한 실험과 실패를 통해 아이디어가 구체화되고, 구체화한 아이디어가 모여 하나의 발명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본인이 생각하는 본인의 최고의 발명품은 무엇인가?

당연히 많은 사람의 땀과 눈물이 서린 OLED 롤러블 TV다. OLED의 특장점 중 하나인 플렉시블을 극대화한 제품으로 정말 많은 사람의 아이디어, 땀, 수고가 들어간 작품이다. OLED TV가 통 속으로 순식간에 사라지는 놀라운 광경을 처음 본 순간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새로운 발명에 함께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 행복했다.

화면을 말았다, 폈다 하면서 새로운 공간을 창조하는 OLED 롤러블 TV는 디스플레이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많은 분야에 다양한 모습으로 사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LG디스플레이의 롤러블 OLED TV

 

- 가장 기억에 남는 발명 에피소드는?

새로운 디자인의 TV를 발명할 때, 패널을 외부에 노출하게 되면서 마감처리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여러 고민 끝에 몇 가지 구조의 아이디어로 실험을 진행했으나 적절한 콘셉트가 나오지 않았다. 검토된 아이디어 샘플을 보고했을 때 당시 CEO는 지금보다 더 좋은 콘셉트를 찾아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이에 일주일간 특별 태스크(Task)를 꾸려 아이디어를 발굴하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녔다.

가전제품 매장은 물론, 자동차나 다른 산업에서의 패널 외곽 마감처리 방법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발품을 팔았고, 결국 원하는 콘셉트의 힌트를 얻어 발명에 적용함으로써 CEO의 칭찬을 들었던 일이 인상 깊다.

 

- 발명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나?

OLED 롤러블 TV를 개발하면서 많은 난관에 부딪혔다. 특히, 발명 초기 콘셉트를 구현하는 데 초점을 맞추다 보니 재료비 등의 상업적인 부분을 간과하기도 했다. 다양한 구조를 검토해 안정성을 확보하면서 재료비까지 절감하는 내부 구조를 발명할 수 있었다. 당시 구조는 어느 정도 결정돼 있어, 변경이나 변화가 제한적인 어려움이 있었으나 설계전문가, 협력업체, 시뮬레이션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단기간 내 원하는 성과를 얻어낼 수 있었다.

 

- 발명을 꿈꾸는 후학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은?

우리는 상상하는 모든 것이 이뤄지는 시대를 살고 있다. 자신의 상상력을 제한하지 말고 마음껏 펼치길 바란다. 상상하는 것을 형상화하고 구체화해 현실화로 이어질 수 있는 부분을 찾다 보면, 어느새 발명에 가까이 다가가 있을 것이다.

모든 발명은 재미있는 상상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할 수 있는 것에 국한된 상상은 재미가 없고, 재미없는 상상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발명도 그저 그런 게 될 것이다. 즐겁고 행복한 마음으로 마음껏 상상하고 마음껏 발명하길 바란다.

 

제55회 발명의 날 기념식에서 ‘올해의 발명왕’을 수상하고 있는 김인주 팀장의 모습

 

- 이 글은 테크월드가 발행하는 월간 <EPNC 電子部品> 2020년 8월 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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